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열쇠와 자물쇠 (鍵鎖各有合)

마당쇠행정사 2013. 12. 15. 07:10

 

열쇠와 자물쇠 (鍵鎖各有合)

 

열쇠는 잠긴 자물쇠를 열 수 있다하여 열쇠(開鍵)라 하고, 자물쇠는 열쇠 없이는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자물쇠(閉鎖)라고 한다.

당나라 여곤(呂坤)의 명저인 신음어광유장(呻吟語廣喩章)에서 "열쇠와 자물쇠는 각각 서로 맞는 것이 있다"고 하였다.

 

"맞는 것끼리 만나면 자물쇠는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자물쇠는 열리지 않는다."는 비유를 들어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귀띔을 해주고 있다.(合則開, 不合則不開).

 

"자연과 인간이 순리에 따라 만나고, 순리대로 살아가면, 자연으로부터 재앙을 받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앙 없이 살아가는 그 자체가 하늘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순천자는 창(順天者 昌)한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 뜻을 더 확실히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 곧 천소이조자순야(天所以助者順也)라는 구절이다. 즉 하늘이 인간을 돕는 까닭은 인간이 하늘의 뜻을 순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자세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자연()은 자물쇠요, 인간은 열쇠라 비유해서 좋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분야에서 무한적 가능성을 공여 (供與)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그 가능성을 힘입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방기(放棄)하는 경우가 많다. 바꾸어서 말하면 자연의 비밀창고를 열기 위한 열쇠구실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 하면, "천심(天心)으로 통할 수 있는 양심(良心)을 제쳐놓고 이욕(利慾)을 앞세워 우주시간(宇宙時間)을 어기고 인간시간을 난용(亂用)함으로서 재앙을 자초(自招)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주팔자가 좋아진다는 무속설(巫俗說)에 따라 예정된 자연분만일(自然分娩日)을 앞당겨 인공분만 (人工分娩)을 한다든가, 공기단축(工期短縮)을 해서 불실공사(不實工事)를 감행하는 경우라든가, 난개발(亂開發)등으로 인한 국토훼손(國土毁損)사례 등은 그 모두가 자연섭리 (自然攝理)에 대한 순응 질서를 어겼다는 결과로 빚어진 재앙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무속설과 공기단축과 난개발등의 수단을 열쇠의 개념으로 난용(亂用)한다면 자연이라는 자물쇠는 결코 순조롭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 신음어(呻吟語)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열쇠와 자물쇠가 서로 맞으면서도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有合而不開者)하면, 때로는 서로 맞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열리는 경우가 있다(或有不合而偶然開者).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에는 반드시 까닭(原因, 理由)이 있다는 사실이다(必有故也). 따라서 모든 일은 반드시 그 까닭을 찾아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萬事 必有故, 應萬事 必有求其故).

 

"인간은 자연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인간 상호간에 있어서도 자물쇠 이론을 멀리 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신의(信義)의 설정(設定)을 통하여 원만한 사회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언어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의(信義)의 설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를 가리켜 마음의 소리라 하고(言是心之聲也), 글을 일컬어 마음의 그림이라 한다(書是心之畵也). 그리고 믿음은 마음의 씨앗이라(信是心之實也) 하거니와, 신심(信心)의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열쇠의 구실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중용에 "신재언전(信在言前)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믿음이란 말에 의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신의의 기반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신의는 구태여 언어라는 수단을 빌리지 안 해도 교류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마음속에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에는 열쇠가 없어도 자물쇠가 열린다."는 상황을 만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신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소이조자신야(人所以助者信也)라고 한다.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희생적인 도움을 서로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서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을 저수지에 가두어 놓고, 수구(水口)를 열어주지 않으면 넘친다. 넘친 물은 범람하여 재해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창고에 보관 중인 식료품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록 창고를 열지 않으면 그 식료품은 모두 썩어버린다. 사람의 마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옛 날 젊은 아낙네들의 속아리병은 거의가 시집살이로 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즉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선거 즉 공직자들의 임기가 끝날 무렵이면 대통령 선거를 위시하여 여러 가지의 선거를 하게 된다. 여야 입후보자에 대한 득표율이 일반적으로 두 자리 수자의 수준에서 당락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별로 탓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특정지역에서만 특정정당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이 한자리 수자의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히 말해서 정치사회적 병리에 의한 녹 쓴 자물쇠와 다를 바 없다. 녹 쓴 자물쇠는 서로 맞는 열쇠로도 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자물쇠는 이미 자물쇠 기능을 할 수 없는 병든 자물쇠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정치사회적인 병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그것은 각급 정치인들의 리더십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지역주민들은 자물쇠며, 정치인들은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열쇠의 사용빈도가 잦아지면, 자물쇠가 녹 쓸 리도 없거니와. 오래도록 고질화되어 고장을 일으킬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제력(社會諸力)의 결집을 통하여 쌍방경쟁에 임해야할 우리의 처지에서 미래를 전망한다면 녹 쓴 자물쇠의 모습은 적극적으로 불식시켜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각자의 정체성(正體性)은 존중하되, 대아적(大我的) 견지에서 추구해야할 가치(價値)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른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원리를 수시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 신음어(呻吟語) / 중국 명나라 유학자 여곤(呂坤:15361618)의 저서.철학서

 

여곤(呂坤) : 자 숙간(叔簡). 호 신오(新吾). 허난성[河南省] 닝링[甯陵] 출생. 관직은 형부 좌시랑(刑部左侍郞)에 이르렀으며, 국사를 걱정한 나머지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퇴관, 그후에는 문하생과 함께 학문을 탐구하고 저술에 힘썼다. 스스로 납득하는 것을 중히 여겨 주자학·양명학,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수양에만 노력하였다. 기일원(氣一元)의 철학을 가지고 동림학(東林學)과 가까이하였다.

 

6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곤이 1593년 전에 편찬하였다. 여곤의 철학사상을 담고 있는 이 책은 13권까지는 내편, 46권까지는 외편이다. 그 중 매권에는 표제가 있다.

 

즉 권1에는 성명(性命)〉 〈존심(存心)〉 〈윤리(倫理)〉 〈담도(談道), 2에는 수신(修身)〉 〈문학(問學), 3에는 응무(應務)〉 〈양생(養生), 4에는 천지(天地)〉 〈세운(世運)〉 〈성현(聖賢)〉 〈품조(品藻), 5에는 치도(治道)〉 〈인정(人情), 6에는 물리(物理)〉 〈광유(廣喩)〉 〈사장(詞章)등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자득(自得)을 중심으로 한 학술정신을 담고 있다. 여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학술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의 물음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대는 도학(道學)인가? 아니다. 선학(仙學)인가? 아니다. 석학(釋學)인가? 아니다. 노장(老莊신한(申韓)인가? 아니다. 그러면 누구의 가문호(家門戶)인가? 나는 나일 뿐이다. 둘째, 기일원론(氣一元論)의 우주관을 담고 있다. 여곤은 천지만물은 단지 하나의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셋째, 중행(重行)의 인식노선을 담고 있다. 그는 지행(知行)의 문제에 대해 지는 행할 바를 아는 것이고, 행은 안 바를 행하는 것이다. 지는 이것을 아는 것이고, 행은 이것을 행하는 것이다. 원래 두 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넷째, 백성을 중시하는 사회사상을 담고 있다.

 

출처 : 우국충정(憂國衷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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