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들의 문화아이콘 ‘노리개’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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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를 꾸민 장식 문양의 내용을 살펴보면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박쥐, 나비, 매미, 산호, 오리, 귀면, 호랑이 발톱 등의 동물이 있는가 하면, 가지, 고추, 포도, 천도, 연꽃, 석류, 불수(佛手) 등 식물들도 많고, 호로병, 자물쇠, 향낭, 도끼 등 생활 주변에서 취한 것들도 적지 않다.
이들 장식 문양들은 각기 부귀다남, 자손 번창, 부부 화합, 가내 평안, 정조 등 주로 여성들의 행복과 관련된 길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길상 상징물이 된 것은 옛 사람들이 자연계의 모든 동물이나 식물들의 생태적 속성을 인간 중심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한 결과이다. 또 한편으로는 특정 사물이 또 다른 세상을 연상시킨다거나, 다른 사물과 흡사하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거기에 현실적인 욕망을 실어 성취를 비는 주술적 사고와도 관련이 있다.
노리개를 구성하는 장식 문양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박쥐, 연꽃, 석류, 호로병, 귀면 등이다. 박쥐는 행복을 상징한다. 박쥐의 한자 말인 편복의 복자의 발음과 동일한 까닭이다. 그리고 연꽃과 석류는 다남을 상징한다. 연꽃은 많은 씨앗을 가진 연밥이 꽃과 동시에 나타나는 속성 때문에 ‘연생귀자(連生貴子)’의 의미를 얻었다. 석류는 외형이 자궁을 닮았을 뿐더러 그 속에 든 수많은 알갱이가 아들을 연상시키므로 다남자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리고 호로병과 귀면은 행복을 해치는 사악한 무리들을 병 속에 가두거나 범접치 못하게 한다는 뜻이 있고, 거북이와 천도 등은 장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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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쥐장식 노리개(성신여대박물관), 호랑이발톱장식 노리개(국립고궁박물관),나비장식 노리개(국립고궁박물관), 산호장식 노리개(국립고궁박물관) |
장신구는 옷의 빛깔이나 형태 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달한다. 그래서 복색과 복제(服制)에 따라 장신구의 내용과 성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여성복은 작은 문양들이 옷 자체에 수놓아 지는 경우가 많고, 색도 비교적 강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허리에 두르는 요대(腰帶)가 악센트를 주는 구실을 하고 있어 별도 장식의 필요성이 덜한 편이다.
이와 반대로 한복의 치마 저고리는 색채가 단순하고, 치마의 선이 유연하기 때문에 악센트를 줄 수 있는 별도의 장신구가 요구된다. 이런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창안된 것이 바로 노리개인 것이다. 노리개는 이처럼 소박한 한복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태어났고, 여성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런데 이것이 노리개가 가진 가치와 기능의 전부라고 말한다면 현대의 블로치니 뭐니 하는 것과 다를 게 없게 된다.
노리개는 여성 자신의 미화 욕구 충족을 위한 장신구로서 뿐만 아니라 친가와 시부모로부터 받는 예물로, 또한 다음 세대의 딸들에게 물려주는 모정의 정표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노리개에는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간직하면서 한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한국 여성들의 소박한 소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노리개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전통의 여성 문화가 밀도 있게 함축된 문화 아이콘 중의 하나라 해도 좋다.
|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 등록일 : 20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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