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시봉 열풍은 아마도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젊은 세대가 가장 먼 윗 세대의 음악에 반응한 사례로 평가된다. 주역들인 조영남이 1945년생,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가 1947년생, 김세환이 1948년생임을 전제하면 지금의 대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모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큰 아버지 아니면 작은 할아버지라고 할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1960년대 중후반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노래하면서 당대의 청춘문화 부상을 주도했다.
세시봉 콘서트가 나이 든 세대에게 어필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의 노래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음악과는 판이하다. 저 옛날의 낡은 음악, 젊은 세대의 말로 ‘구린’ 음악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어찌해서 젊은 층을 관통한 것일까. 비록 흘러간 것이라도 그 음악이 순수하고 진솔하며 마음 속 깊은 것을 건드리는 어떤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와우, 이런 음악도 있었네!’ 조영남은 “우리 음악이 신세대들에게는 모두 신곡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노랫말도 크게 작용했다. 가수의 음정마저 맞춰주는 오토튠이 득세하는, 인위와 조작의 현재 대중가요는 격한 댄스리듬이 주도하면서 노랫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시봉 세대 음악의 노랫말은 인간적이고도 낭만이 가득하며 마치 시(詩)와도 같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 윤형주 ‘우리들의 이야기’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 넘기는 책 속에 수많은 글들이/ 어이해 한자도 뵈이질 않나..’ - 이장희 ‘그건 너’
![]() |
| 지난 2월 18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KBS홀에서 열린 세시봉 부산공연. 3천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1970년대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게다가 세시봉 세대의 음악, 포크로 규정되는 그 시절 음악은 대부분 가수 자신의 사고와 심정을 표현하는 ‘자기음악’이었다. 소비 대중을 상대로 반응치를 기획해 찍어낸, 그리고 가수와는 거의 상관 없는 노랫말이 판치는 요즘의 상업음악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세시봉의 주역들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막강한 가창력을 시범했다는 점, 그리고 그들끼리 자유롭게 대화하고 노는 모습에서 젊은 세대가 동질감을 느꼈다는 분석도 있다.
크게 보면 이러한 기성세대 문화의 부활은 대중문화의 기초이자 토대라고 하는 다양성을 향한 구조조정 흐름의 일환일 것이다. 너무 한 쪽으로 쏠려있는, 그리하여 일부 세대만 반응하는 왜곡된 음악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격 심리가 가동되어 여러 음악스타일이 고루 환영받는 쪽으로 가려는 움직임이다.
세시봉 열풍은 말한다. 세대와 기호가 다양하다면 당연히 음악도 다양하고 어른과 젊은이들의 음악이 함께 시장에 포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게 되지 않으면 세시봉 열기는 한 순간의 유행, 그저 한때의 ‘방송 쇼’에 그칠 수도 있다.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방송으로 일어난 자발적이지 않은 흐름이라는 점이 걱정된다.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송창식의 노래를 알려주고 노래방에서 이장희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 음악이 이어져야 한다.
| 임진모 음악평론가 | 등록일 : 2011.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