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어느 노인의 유언장

마당쇠행정사 2013. 5. 8. 11:27

어느 노인의 유언장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 이었다.

젊었을 때는 힘써 일하였지만

이제는 자기 몸조차 가누기가 힘든 노인이었다.

 

그런데도 장성한 두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노인이 목수를 찾아가 나무 궤짝 하나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집에 가져와

그 안에 유리 조각을 가득 채우고 튼튼한 자물쇠로 채웠다.

 

그 후 아들들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아버지의 침대 밑에 못 보든 궤짝 하나가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아들들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노인은 별게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뿐이다.

 

궁금해진 아들들은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서

그것을 조사해보려 하였지만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궁금한 것은 그 안에 금속들이

부딛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아들들은 생각하였다.

그래!

이건 아버지가 평생모아 놓은 금은보화 일 것이다.”

 

아들들은 그 때부터

번갈아가며 아버지를 모시기 시작 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노인은 죽었다.

아들들은 드디어 그 궤짝을 열어 보았다.

깨진 유리조각만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아들은 화를 냈다.

“... 당 했군!..”

 

그런 궤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향하여 소리쳤다.

왜 그 궤짝이 탐 나냐? 그럼 네가 가져라

 

막내아들이 형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적막한 시간이 흘렀다.

1!, 2!, 3!

아들의 눈에 맺힌 이슬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막내아들은 그 궤짝을 집으로 옮겨왔다.

 

나뭇가지가 조용하려 해도 바람이 쉬지 않고

자식이 효도 하려해도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옛 말을 생각하며

아버지가 남긴 유품 한 가지만이라도

간직하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내는 구질구질한 물건을 왜 집에 들이느냐며 짜증을 냈다.

그는 아내와 타협을 했다.

유리조각은 버리고 궤짝만 갖고 있기로

 

궤짝을 비우고 나니

밑바닥에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막내아들은 그것을 읽다가

끼억끼억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이 넘긴 사나이 통곡소리에 그의 아내가 달려왔다.

아들딸도 달려왔다.

 

그 글은 이러했다.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기뻐서 울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나는 좋아서 웃었다.

 

그때부터 30여 년 동안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그들은 나를 울게 하였고 또 웃게 하였다.

 

이제 나는 늙었다.

그리고 그들은 달라졌다.

나를 기뻐서 울게도 하지 않고,

좋아서 웃게 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남은 것은 그들에 대한 기억뿐이다.

 

처음엔 진주 같았던 기억.

중간엔 내 등뼈를 휘게 한 기억.

지금은 사금파리 유리조각 같은 기억.

 

아 아

내 아들들만은 나 같지 않기를

그 들의 늘그막에 나 같지 않기를 ...

 

아내와 아들딸도 이글을 읽었다.

 

아버지!”하고 소리치며

아들딸이 그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내도 그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은 서로 부등켜 앉고 울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그들 집안에서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 友山 李相吉 --

출처 : 구국의 지도자
글쓴이 : 마당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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