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국민(國民)에게 고(告)함 / 李 始 榮

마당쇠행정사 2014. 8. 3. 13:35

 

 

국민(國民)에게 고()

 

 

西紀 1948720뜻밖에도 國會에서 나를 초대(初代) 부통령(副統領)으로 선임(選任)했을 때에 나는 그 적임(適任)이아님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이것이 국회(國會)의 총의(總意)인 이상(以上) 내가 사퇴(辭退)한다는 것은 도리어 국민(國民)의 기대(期待)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심사원려(深思遠慮)끝에 맡지 아니치 못하였다는 것을 여기에 고백(告白)한다.

 

그 뒤 임염(荏苒) 3동안 오늘에 이르기 까지 나는 대체(大體)로 무엇을 하였던가. 내가 부통령(副統領)의 중임(重任)을 맡음으로서 국정(國政)이 얼마나 쇄신(刷新)되었으며 국민(國民)은 얼마나 혜택(惠澤)을 입었던가. 뿐만 아니라 대통령(大統領)을 보좌(補佐)하는 것이 부통령(副統領)의 임무(任務)라면 내가 취임(就任)한지 3동안에 얼마만한 익찬(翼贊)의 성과(成果)를 빛내었던가. 하나로부터 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위소찬(尸位素餐)에 지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 책임(責任)이 오로지 나 한사람의 무위무능(無爲無能)에 있다는 것을 국민(國民)앞에 또한 솔직(率直)히 표명(表明)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매양(每樣) 사람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답게 일을 하도록 해줌으로서 사람의 직능(職能)을 발휘(發揮)할 수 있을 것이니, 만약(萬若)에 그렇지 못할진대 부질없이 공위(空位)에 앉아 허영(虛榮)에 도취(陶醉)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 자리를 깨끗이 물러나가는 것이 떳떳하고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정부(政府)에 봉직(奉職)하는 모든 공무원(公務員)된 사람으로서 상하(上下)계급(階級)을 막론(莫論)하고 다 그러하려니와 특()히 부통령(副統領)이라는 나의 처지(處地)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내 본래(本來) 무능(無能)에도 모든 환경(環境)은 나로 하여금 더구나 무위(無爲)하게 만들어, 이 이상(以上) 고위(高位)에 앉아 국록(國祿)만 축()낸다는 것은 첫째로 국가(國家)에 불충(不忠)한 것이 되고, 둘째로는 국민(國民)에게 참괴(慚愧)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국가(國家)가 흥망(興亡)간두(竿頭)에 걸렸고 국민(國民)이 존몰단애(存沒斷崖)에 달려 위기(危機)간발(間髮)에 있건만, 이것을 광정(匡正)하고 홍구(弘救)할 충성(忠誠)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동량지재(棟樑之材)가 별()로 없음은 어쩐 까닭인가.

 

그러나 간혹(間或) 인재(人材)다운 인재(人材)가 있다하되 양두구육(羊頭狗肉)인 가면(假面)을 쓴 우국(憂國)위선자(僞善者)들의 도량(跳梁)으로 말미암아 초야(草野)에 묻혀 비육의 탄식(歎息)을 자아내고 있는 현상(現狀)이니, 유지자(有志者)로서 얼마나 통탄(痛嘆)할 일인가, 뿐만 아니라 정부(政府)수립(樹立) 이래(邇來) 오늘에 이르기 까지 고관(高官)의 지위(地位)에 앉은 인재(人材)로서 그 적소(適所)에 등용(登用)된 것을 별()로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다가 탐관오리(貪官汚吏)는 도비(都鄙)에 발호(跋扈)하여 국민(國民)의 신망(信望)을 상실(喪失)케하며 정부(政府)의 위신(威信)을 훼손(毁損)하고 나아가서는 국가(國家)의 존엄(尊嚴)을 모독(冒瀆)하니, 이 어찌 신생국민(新生國民)의 눈물겨운 일이 아니며 마음 아픈 일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마다 이것을 그르다하되 고칠 줄 모르며 나쁘다 하되 바로 잡으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의 시비(是非)를 논()하던 그 사람조차 관위(官位)에 앉게 되면 또한 마찬가지로 탁수오류(濁水汚流)에 휩쓸려 돌아가고 마니, 그가 참으로 애국자(愛國者)인지 나로서는 흑백(黑白)과 옥석(玉石)을 가릴 도리(道理)가 없다.

 

더구나 이렇듯 관기(官紀)가 흐리고 민정(民情)이 어지러운 것을 목도(目睹)하면서도 워낙 무위무능(無爲無能)하지 아니치 못하게 된 나인지라 속수무책(束手無策)에 수수방관(袖手傍觀)할 따름이니 내 어지 그 책임(責任)을 통감(痛感)않을 것인가.

 

그러한 나인지라 나는 이번에 결연(決然)코 대한민국(大韓民國)부통령(副統領)의 직()을 이에 사퇴(辭退)함으로서 이대통령(李大統領)에게 보좌(補佐)의 직책(職責)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씻으려 하며, 아울러 국민(國民)들 앞에 과거(過去) 3동안 아무 업적(業績)과 공헌(貢獻)이 없었음을 사()하는 동시(同時), 앞으로 나는 일개포의(一個布衣)로 돌아가 국민(國民)과 함께 고락(苦樂)과 생사(生死)를 같이하려 한다.

 

그러나 내 아무리 노혼(老昏)한 몸이라 하지만 이직도 진충보국(盡忠報國)의 단심(丹心)과 열성(熱誠)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는지라, 잔생(殘生)을 조국(祖國)의 완전통일(完全統一)과 영구독립(永久獨立)에 끝끝내 이바지할 것을 여기에 맹서(盟誓)한다.

 

그리고 국민(國民) 여러분은 앞으로 더욱 위국진충(爲國盡忠)의 성의(誠意)를 북돋아 조국(祖國)의 위기(危機)를 극복(克服)하여 주시었으면 흔행(欣幸)일까 한다.

 

단기(檀紀)4284(1951)59

 

大韓民國副統領 李 始 榮

출처 : 우국충정(憂國衷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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