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2월17일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나타난 정부·여당의 천박한 민족문화유산 인식에 대해 공식적으로 첫 말문을 열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오늘(12월17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 예산에 대한 집착을 떨치고 사찰과 종단차원의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 불사를 진행한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이런 뜻이 한 목소리가 되기 위해 본·말사들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불교가 쇄신하고 변화되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은 인사말이 길어질 것 같다”며 “개인의 이익보다 종단의 발전을 위해 다소 민망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본사 주지 스님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제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그동안 종단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대규모 불사를 해왔고 이것이 오랜 관행이 돼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것이 주지 소임을 잘 사는 것으로 비쳐져왔다”며 “이로 인해 신도를 통해 십시일반 불사하는 것을 놓치고 신도 교육에 소홀해왔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가톨릭이 1962년 쇄신과 개혁을 모토로 삼아 현재까지 교단을 이끌어온 사실을 소개하며 “우리는 쉽게 예산에 집착해 정부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하는 태도를 취해 사찰 면모를 갖춰왔으나 그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불교의 모습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정부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교계 포섭작업에 대해 맹비난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3년전 8·27 범불교도대회에서 느낀 것이 있다”며 “우리가 한 목소리 한 뜻을 내려고 할 때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 국정원 직원들이 이를 철저히 분산하고 분열시키는 것을 봤는데, 지금도 종단이 쇄신과 변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분산시키기 위해 각처에서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에게 예산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정부 지원 예산에 대한 집착을 떨치고 불사 예산을 변화시켜 신도 등을 통해 장기적인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며 “1년 불사할 것을 10년 하고, 10년 할 것을 100년에 하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본·말사가 예산에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감내하는 속에 종단이 한 목소리 한 뜻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야 변화할 수 있다”며 “개인이 아닌 불교 전체의 이익을 위해 힘들지만 긴 호흡을 갖고 종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은 그 뜻에 동의하고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에서 일제히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인사말 후 교구본사주지회의가 본격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긴급 현안 논의 △민족문화수호위원회 구성 △결의문 채택 등을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한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혜총스님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과 단장 정념스님을 비롯한 종책특보 스님들이 참석했다.
본사주지 스님으로는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법주사 주지 노현스님, 마곡사 주지 원혜스님,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 직지사 주지 성웅스님,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 쌍계사 주지 성조스님,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 화엄사 주지 종삼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 관음사 주지 원종스님, 선운사 주지 법만스님, 군종특별교구장 자광스님 등이 참석했다. 또한 신흥사, 불국사, 범어사, 백양사, 봉선사 등은 대리 참석해 25개 교구본사 모두가 참석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2시에는 원로회의와 조계종 템플스테이운영사찰주지회의가 열리며, 4시에는 중앙종회 의장단 및 상임분과위원장 연석회의가 진행된다. 또 포교신도단체 대표자 회의(오후2시)와 직할교구 신도임원회의(오후7시)가 잇따라 개최된다. 25일 오전11시에는 전국 교구신도회장 및 신도단체장 연석회의가 열리는 등 정부·여당의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성토하고 향후 방향과 계획이 종단차원에서 논의되고 발표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하영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다음은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인사말 요약.
오늘 인사말이 길게 진행되더라도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종단의 발전을 위해 다소 듣기 거북하고 다소 민망스러울 수 있고, 본사 주지를 앉혀놓고 강의하느냐 법문하느냐 오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시고 인사말에 덧붙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간 우리 종단은 많은 불사를 해오면서 문화재사찰, 박물관 등에서 정부에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불사를 해왔습니다. 같은 문화재와 같은 보물이 있더라도 본사나 말사 주지 스님들이 활동해 좀 더 많은 예산을 들여 대규모 불사를 늘 해왔습니다.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동안 관행이 되고 주지를 잘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형불사를 하면서 신도들을 통한 십시일반 불사 방법을 놓치게 되고 신도 교육과 포교에 소홀해지지 않았는지 생각합니다.
1962년 가톨릭 교황 요한 23세가 처음으로 개혁과 쇄신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 뜻은 교회가 닫힌 문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의 힘없는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지금도 교회의 최종 화두는 쇄신입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너무 쉽게 예산에 집착하다보니 템플스테이부터 각종 불사의 모든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 국회의원 등에게 계속 부탁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불사를 이뤄서 사찰의 면모도 갖추고 모양새를 갖췄지만 지금 돌이켜 보건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정부와 여·야, 국민이 바라보는 불교는 과연 세상과 같이 해왔나 하는 생각을 근래 해봤습니다. 마치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돼서 불교가 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우리의 의사와 본래 뜻이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3년 전 8·27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할 당시 여러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종단이 한 힘을 모아 한 목소리로 가보자 할 때, 정부와 각 기관이 원로의원 스님과 본·말사, 수말사 주지 스님들과 인연 있는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국정원 지부장들을 총동원해 찾아다니면서 종단이 한 힘으로 가보자는 의지를 철저히 분산시키고 분열시키는 것을 봤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스님들을 찾아다니며 종단이 쇄신과 변화를 하려는 것을, 또는 불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분산시키기 위해 각종 사찰의 애로사항을 도와드리겠다고 하는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제 정부 예산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필요한 예산은 변화를 통해, 신도와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서 1년 불사를 10년 할 생각하고 10년 불사를 100년에 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정부 예산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불사는 십시일반 노력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사는 본사별로, 말사는 말사별로 일정부분 예산에 대한 아쉬움과 불이익이 있겠지만 이를 감내하지 않고 우리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지 감히 본사 주지 스님들 앞에서 말씀드립니다. 이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특정 본사와 말사의 이익이 아닌 불교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조금 어렵고 힘들지만 긴 호흡을 갖고 종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말 가운데 조금 못마땅한 표현이 있더라도 개인의 이익이 아닌 종단의 발전을 위한다는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이니 이해하시고 오늘 회의에서 좋은 의견을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