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코리아게이트’와 MBC 드라마 ‘영웅시대’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탤런트 독고영재에겐 ‘박정희 전문배우’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독고영재는 월간 여성조선 최신호에서 연기생활을 회고한 인터뷰를 통해 ‘코리아게이트’와 ‘영웅시대’ 두편이 모두 외압으로 조기 종영됐다고 아쉬워했다.
“방영 4~5개월 전에 그 역을 제의받았어요. 걱정됐죠. 그분이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까 비슷하지 않으면 뭇매도 많이 맞을 것 같았고요. 직접 만나본 적도 없으니 아버지를 통해 얘기를 전해 듣거나 영상으로만 접하는 정도였죠.”
여느 드라마와 달리 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 배역이라 막중한 비중에 걸맞는 연기를 하기 위해 ‘박정희 공부’에 매달렸다.
“수소문 끝에 전직 경호원 6명을 찾아가 만났어요. 그분의 성격이나 사적인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정치적인 업적은 대사와 행동만으로도 보이잖아요. 전 그분의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는 데 연기의 포인트를 두고 싶었어요.”
전직 경호원들은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후의 박 대통령 모습을 들려주더라고 했다. 대통령이 술에 취하면 자주 경호원의 등에 업혀 침실로 가고, 또는 큰 접시를 바닥에 지그재그로 놓고 그 위를 징검다리 건너듯 톡톡 밟고 지나갔다는 이야기 등.
당시 청와대 본관은 1층 대통령 집무실과 2층 대통령 가족의 거실 앞을 줄곧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2층에서 1층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경호원들이 가장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다. 이들은 때로 눈물을 흘리며 박 대통령의 모습을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는 독고영재의 연기로 TV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에 섬세하게 전달됐다.
SBS 드라마 ‘코리아게이트’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MBC 드라마 ‘영웅시대’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두편의 정치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TV 화면을 후끈 달구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어 조기 종영의 운명을 맞았던 것.
시청률이 높은 만큼 역반응도 높았다.
‘코리아게이트’의 경우 10.26사태와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 등 요동치는 정치상황을 도도히 관통하는 막후의 박정희 이미지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클로즈업되는 것이 당시 IMF 외환위기를 향해 흐느적거리던 김영삼 정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방송사는 쾌속 항진하던 드라마를 뚜렷한 이유 없이 서둘러 막을 내렸다.
당연히 외압설이 들끓었으나, 군부독재를 청산한 문민정부라는 날파람 속에 묻혀 엄벙덤벙 그냥 넘어갔다.
정주영과 이병철 등 박정희 시대 경제 영웅들의 호쾌한 성공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 ‘영웅시대’는 박정희 미화라는 역공을 받았다. ‘과거사 정리’라는 이름으로 박정희 시대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노무현 정부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영웅시대’는 2004년 7월에 시작해 2005년 6월까지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대본을 집필한 작가 이환경은 “MBC 고위 관계자로부터 2005년 2월로 끝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조기 종영의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주인공 독고영재는 월간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 시절을 회고하면서 “정치 소재 드라마는 어차피 사실 반, 허구 반이에요. 그런 부분은 자막으로도 나가잖아요.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닌 거라. 위에서 자꾸 압박이 오니까 방송사에서도 어쩔 수 없이 조기 종영을 결정한 거죠”라면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 역할을 한다면 그때는 절대 조기 종영되지 않길 바래요. 그래야 진짜 민주국가겠지요”라고 말했다.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