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識者殺丈(식자살장

마당쇠행정사 2013. 10. 8. 09:56

 

識者殺丈(식자살장)

: 일식 : 놈자 : 죽일살 : 어른(장인)

 

 

유식(侑食)한 자()가 장인(丈人)을 죽이다. 유식(有識)한체하며 거들먹거리다가 도리어 큰일을 당하는 경우(境遇)를 이른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의 비슷한 뜻이다.

 

 

충북(忠北) 제천(堤川) 교동(校洞)마을에 김 참봉(金 參奉)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우 유식(有識)해서 한문(漢文)에 관()해서는 그를 당할 사람이 없었다.

그는 툭하면 이렇게 말했다.

 

 

, 그까짓 언문(諺文) 나부랭이를 글이라고 쓰나?”

, 암글 가지고 내 앞에서 행세(行勢)하지 말게나. 나는 진서(眞書)를 하는 사람일세.”

그는 자기(自己)가 남보다 한문(漢文)을 좀 많이 안다는 것을 코에 걸고 툭하면 한글은 여자(女子)나 배우는 암글이요, 상놈 글이고, 한문(漢文)은 진서(眞書), 참글이라고 하며, 한글을 천시(賤視)하였다. 그래서 그는 평소(平素)에 자기(自己) 생각을 한문(漢文)으로 말하고, 한문(漢文)으로 썼다. , ‘아침밥을 먹었다라는 말을 我食朝飯也(아식조반야)!’라고 하고, ‘빨리 빨리라는 말은 速去 速去(속거 속거)’라는 식이다.

 

 

어느 날 난데없이 큰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김 참봉의 장인(丈人)을 물고 달아나 버렸다.

방안에서 그 광경(光景)을 보고 있던 김 참봉(金 參奉)이 뛰어나와 소리쳤다.

我甚驚 我甚驚(아심경 아심경)이로다” ‘내가 놀랄 일이다. 내가 놀랄 일이다.’라는 말을 漢文으로 하니 아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는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서 丈人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다시 소리쳤다.

 

 

遠山之虎(원산지호)自近來也(자근래야)하여 吾之丈人(오지장인)捉去 捉去(착거 착거)했도다!” 먼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 나의 장인을 물어갔다. 그러니 빨리 내와서 얼른 도와 달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여전(如前)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늘그막에 마누라가 아들을 낳았으니 축하(祝賀)해 달라는 것인지, 자기 집에 불이 났으니 꺼달라는 것인지....

 

 

김 참봉은 사람들의 반응(反應)이 없자 안타까운 나머지 다시 소리를 질렀다.

持棒者(지봉자)持棒而來(지봉이래)하고, 持槍者(지창자)持槍而來(지창이래)하여 速去 速去(속거 속거) 吾之丈人(오지장인) 希救出(희구출) 바라노라

이말 또한 알아들을 사람이 없었다. 맨 끝에 구출(救出)하라는 말은 경우 알겠는데 어디서 누구를 구출(救出)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結局) 장인(丈人)은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김 창봉은 분노(憤怒)했다.

 

 

이런 무정하고 괘씸한 사람들 같으니..., 원님에게 일러 혼내 주리라

 

 

원님은 그의 말만 듣고 그럴 수가 있느냐며, 화가 나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 저 사람의 장인(丈人)이 죽게 되었는데도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들 있었느냐? 한 동네에 사는 사람의 도리(道理)가 아니지 않느냐?”

그러자 동네사람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 원님은 김 참봉에게 무엇이라고 소리쳤는지 그대로 복창(復唱)을 해보라고 했다. 김 참봉이 그대로 되풀이 했다.

 

 

遠山之虎(원산지호) 自近來也(자근래야) 吾之丈人(오지장인) 捉去 捉去(착거 착거)! “持棒者(지봉자) 持棒而來(지봉이래), 持槍者(지창자) 持槍而來(지창이래) 速去 速去(속거 속거) 吾之丈人(오지장인) 希救出(희구출) ”

 

 

그러자 원님이 격노(激怒)하여 호통을 쳤다.

이 놈, 金 參奉! 그냥 호랑이가 우리 丈人을 물어갔소. 어서 와서 해주시오그러면 될 것인데, 그리 어렵게 말했단 말이냐?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 원님께서도 그리 무식(無識)합니까?’

이놈! 文字를 쓸데가 따로 있지, 그 경황(驚惶)에 무슨 文字? 저 멍청한 줄은 모르고 남까지 바보 만들어? 여봐라! 저 우매(愚昧)金 參奉을 형틀에 매고 볼기를 쳐서 다시는 그 따위 文字를 쓰지 못하게 하라!”

 

 

金 參奉은 곤장(棍杖)을 맞으면서도 소리를 질렀다.

我也臀也(아야둔야/, 내 궁둥이야) 痛也(통야/아파라) 此後不容文字乎(차후불용문자호/이후로는 문자를 안 쓰겠노라)”

                                                                                                           - 友山 -

출처 : 구국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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