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越松亭)
出典 : 林下筆記 (橘山 李裕元著)
월송정은 군 소재지에서 동쪽으로 7리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성루(城樓)는 세간에서 전해 오기를 술랑(述郞) 등의 선도(仙徒)들이 놀던 곳이라 한다. 옛날에는 정자가 없었는데 연산주(燕山主) 계해년(1503)에 관찰사 박원종(朴元宗)이 창건하였다. 숙종대왕이 지은 칠언 절구 한 편이 걸려 있다.
사가(四佳)의 월송정 시는 다음과 같다.
모랫벌 십 리가량 흰 비단 깔아 둔 듯 / 平沙十里鋪白罽
긴 소나무 하늘을 찌르고 옥 같은 잎 어여쁘다 / 長松攙天玉槊細
우러러보니 밝은 달은 황금병과 같고 / 仰看明月黃金餠
벽공은 물과 같아서 가없이 넓도다 / 碧空如水浩無際
손님이 와서 한 번 퉁소를 부니 / 客來一捻吹洞簫
그 풍류 참으로 신선의 무리일러라 / 風流盡是神仙曺
나는 요지의 잔치에 따라가려 하는데 / 我欲從之讌瑤池
날아오는 파랑새 벽도를 물어 올 건지 / 飛來靑鳥啣碧桃
간이(簡易)의 월송정 시는 다음과 같다.
십 리의 차가운 모래밭에 동정 같은 달 떴는데 / 十里寒沙月一襟
누가 화가더러 소나무 그늘 그려 넣게 했나 / 誰敎畫手着松陰
시선은 돌아갈 줄 모르고 마냥 있노라니 / 詩仙正自忘歸去
학은 삼경에 놀라고 이슬 이미 젖었네 / 鶴警三更露已深
나 유원(裕元)의 금강사(金剛辭)는 다음과 같다.
내가 옛날 양연 산방에서 노닐 때에 / 昔余遊夫養硏山房
자하(紫霞) 선생께선 금강산에 대해 / 霞老言論
여러 갈래 말씀을 해 주셨네 / 岐貳金剛
하늘은 자에 차지 못하고 / 天不盈尺
땅은 평지가 적은데 / 地乏平康
어떻게 한 방면에 / 安得布置
가로질러 포치할 수 있겠는가 / 橫亘一方
이 늙은이 평생토록 / 此老平生
세속의 일과 인연 끊었으니 / 緣斷宿桑
이것은 이소경이나 / 是反離騷
양자의 문장과 반대되는 것 / 揚子文章
총령은 서쪽으로 감돌아 / 蔥嶺盤西
중국에서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었고 / 爲中洲昻
오악은 모두 질서 정연하여 / 五岳咸秩
천하에서 바라보는 대상이 되었도다 / 爲天下望
여러 아손 산맥이 / 累累兒孫
북쪽으로 태행산을 결성하고 / 北結太行
한 산맥이 구불구불 뻗어 / 一脈蜿蜒
우리 강역으로 들어왔도다 / 延入我疆
백두산에서 우뚝 솟았다가 / 穹立頭白
낙랑에서 후미를 장식하고 / 殿于樂浪
바다를 따라 동쪽으로 와서 / 遵海而東
상악을 형성하였도다 / 有岳曰霜
우공편에는 누락되고 / 漏禹貢篇
법화경에는 나타나 있는데 / 見法華藏
여산은 도리어 수척하고 / 廬阜還瘦
곤륜산은 황당하도다 / 崑崙荒唐
자기와 옹기를 서로 머금고 / 瓷瓮相銜
중향성을 새겨 이루었는데 / 鏤成衆香
큰 장인이 얼음을 깎아 놓아 / 大匠削氷
유월에도 서늘하도다 / 六月蒼涼
작은 장인이 곱게 다듬어 / 小匠雕琢
밤중에도 밝게 빛나니 / 午夜明光
훌륭하도다 조화의 솜씨는 / 皇矣造化
변환을 헤아릴 수 없는 것 / 變幻莫量
금상과 같고 상홀과 같고 / 金牀象笏
경거와 같고 수상과 같고 / 瓊琚繡裳
달리는 듯 걸터앉은 듯 / 馳騁蹲踞
빙빙 도는 듯 푸드덕 나는 듯 / 盤旋翺翔
신선 세계와 불교 세계에서는 / 閬苑梵界
각각 그 장점을 뽐내고 / 各詑其長
우리 유교에선 그 설에 의거하여 / 吾儒援據
자세히 설명하였네 / 其說綜詳
산경과 수지에 / 山經水志
고적이 기재되었는데 / 古迹載揚
혼돈세계 처음 개벽될 때 / 鴻濛肇判
물결친 흔적 남아 있도다 / 波痕流滂
원기 축적된 것이 / 元氣蓄貯
발하여 음과 양이 되었는데 / 發爲陰陽
약하면 유연하지만 / 弱則柔嫩
강하면 강철을 꺾을 수 있도다 / 銛賽鐵剛
물빛은 옥빛처럼 / 水如齒嗽
맑고도 푸르고 / 珠琪靑黃
사슴은 엎드려 있고 / 麀鹿攸伏
범 등은 없노라 / 虎豹不釀
길 양쪽엔 푸른 대숲 / 挾路點綠
총총히 우거졌고 / 簌簌叢篁
벽에 붙은 영패는 / 粘壁靈貝
서역에서 배로 온 것이라네 / 搖搖西航
앞에는 법기보살이 있고 / 前有法起
뒤에는 영랑이 있는데 / 後有永郞
필경은 하나로 / 畢竟一頭
원화 연간에 당 위로 올라갔노라 / 元和升堂
자하 노인의 산에 대한 평은 / 霞老評山
솔직함이 아니고 비방이니 / 匪直也謗
명산에 대한 묵은 빚 / 名山宿債
속히 갚기가 아까운 듯하도다 / 如惜速償
제자를 점검하매 / 點檢題字
섭섭하게도 좋은 유묵(遺墨)이 없는데 / 悵無遺芳
예사로운 유람조차 / 尋常遊覽
세정이 많이들 방해를 하누나 / 世情多妨
하물며 남모르는 진전인데야 / 況乎眞詮
어찌 쉽게 행장을 꾸리랴 / 那易俶裝
오직 나만은 게으르나 / 惟余懶散
용감하게 가면 장애가 없으리 / 勇往莫障
잠깐 시간을 내어 신을 단단히 신고 / 薄言理屐
바쁘게 달려와서 / 來來忙忙
옛날의 꿈 기억하면서 / 昔余記夢
재차 신선의 산에 들었노라 / 再入仙岡
이제 이미 한 번 답사했지만 / 今旣一踏
좋은 기약 다시 하노라 / 佳期更張
사람은 전정이 있는 법이니 / 人有前程
그대는 그것을 잊지 말게나 / 君其不忘
○ 금강풍엽기(金剛楓葉記)는 다음과 같다.
금강산은 봄에는 ‘기달산(怾怛山)’이라 하고,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이라 하고,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이라 하고,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이라 하는데, 그중에서 풍악산이란 이름이 가장 뛰어나니 그것은 그 화려함을 취했기 때문이다.
천체의 운행과 만물의 수렴 속에 상제의 덕이 이루어진다. 자정(紫庭)과 옥계(玉階)에 맑은 기운이 스산하면 바로 차가운 기후가 닥친다. 연약한 나뭇가지가 단단해지고 빽빽한 나뭇잎이 듬성해지면 산악에 단풍이 물들게 된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들은 마치 난초가 고운 빛을 내고 국화가 누런 꽃을 토한 듯한 현상을 나타내는가 하면, 경풍(景風)을 머금은 채 감천(甘泉)을 뒤덮으면 고요하고 맑은 수면은 또한 술이 마냥 취한 듯한 빛을 드러낸다.
대체로 고운 복사꽃이 물을 덮고 살구나무가 꽃을 날리는 것은 봄의 붉은 광경이요, 앵도가 열매를 맺고 무궁화가 꽃을 피우는 것은 여름의 붉은 광경이요, 붉은 방[緹室]에서 갈대 재를 날려 절후를 알아내고 기후에 따라 염교[茘挺]가 돋아나는 것은 겨울의 붉은 광경이다.
용수초(龍鬚草)와 능수버들과 잣나무는 바라보면 오색(五色)이 선명하고 삼성(參成)과 영지(靈芝)는 두드리면 팔음(八音)이 나니, 이것들은 기후를 일찍 얻은 것이다.
그리고 가벼운 다래넝쿨이 장막을 드리우고 피어오르는 놀이 나부껴 아리따운 자태를 드러내면서 행인을 맞이하기도 하고 전송하기도 하는 것은 산 곁의 단풍이요, 화차(火車)가 진영(陣營)을 연한 듯 또는 야광이 벽을 비친 듯 번쩍번쩍하는 것은 산 가운데의 단풍이요, 십 리에 뻗친 연꽃이 빽빽이 서서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은 산 밖의 단풍이요, 성성이 피처럼 빨간 병풍이 겹겹이 쳐져서 눈의 광채를 빼앗는 것은 산 전체의 단풍이다.
나뭇잎이 사시(四時)의 뜻을 띠고 만산의 붉은빛을 드러내 가을빛을 독점하니 유자(遊子)는 어찌 가을의 풍악산인 곧 기달산, 봉래산, 개골산이란 데를 가 보지 않겠는가. 금강산에서 나와 삼일포(三日浦)와 총석정(叢石亭)을 본다면 겨우살이 잎이 아직도 푸르고 해당화가 오히려 고운 자태를 보이고 있는데, 추령(楸嶺)을 넘으면 서릿발이 다시 짙고 먼 산이 쓸쓸하니 그것은 땅이 달라서 기후가 일찍 추워져서인가.
집사람이 나더러 홍엽정(紅葉亭)에 오르라고 권하기에 내가, “단풍이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여기에 있고 여기에 있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탄식하기를, “어떻게 해야 금강산의 단풍을 얻어서 베개로 베기도 하고 침상을 삼기도 하고 밟기도 하면서 그 사이에 산책을 할 수 있을까. 명산에 신령이 있거든 또한 천고에 없는 지기(知己)를 만난 것을 깜짝 놀랄 것이로다.” 하였다.
○ 금강변(金剛辨)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금강산의 기이한 풍경이 중국 사람들의 글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금강산의 유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기자(箕子)는 혼군(昏君)을 만나 수난당하는 시대를 만났고, 공자(孔子)는 구이(九夷)에 살려고 하였다. 천하의 문명이 우리 동방만 한 데가 없었다. 그런 때문에 성인이 모두 동방을 으뜸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꼭 서쪽으로 화악(華嶽)과 비등하고, 남쪽으로 여산(廬山)과 맞먹고, 북쪽으로 항산(恒山)이나 대산(岱山)과 같아야만 문사들의 문필이 천년 사이에 오르내리겠는가.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바다 가운데 봉래산이 있다.” 하였다. 바다에 있는 것도 산이고, 육지에 있는 것도 산인데 다시 어찌 꼭 동쪽을 가리키고 서쪽을 가리켜서 그 방위를 분변하고 그 특이함을 다툴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은 와전을 곧잘하여 문득 한(漢)나라가 설치한 사군(四郡)의 수석(水石)을 금강산과 백중이라 한다.
그러나 금강산은 산이 높고 바다가 깊다. 사군에는 기이한 바위가 우뚝 섰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것은 옥순봉(玉筍峯), 구담봉(龜潭峯), 도담봉(島潭峯) 등 여러 승경이나, 이것들을 동해 가운데 갖다 놓는다면 이름 없는 자그마한 돌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니, 중국에 알려졌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옛날 사람의 시구에 이르기를, “영랑의 풍월은 삼천 수, 담무갈의 운연은 일만 봉.[永郞風月三千首 無竭雲煙一萬峯]”이라 하였다. 선서(仙書)와 불서(佛書)를 제외하고는 음영(吟詠)하는 마당에 어찌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어진 사람과 지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겠는가.
○ 금강감(金剛感)은 다음과 같다.
귤산자(橘山子)는 단풍잎이 나부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한숨 쉬면서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
지금이 바로 작년에 내가 바로 금강산에 들어간 시절이다. 작년 이때가 흐릿하게 어제와 같은데, 어언 1주년이 되었구나. 내가 금강산에 대해 꿈을 꾼 것이 몇 번이었던고. 생각이 없고 인연이 없으면 꿈을 꾸는 일이 없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이르기를, “남자는 여자에 대한 꿈을 꾸지 않고 여자는 남자에 대한 꿈을 꾸지 않으면 수레를 타고 쥐구멍에 들어가는 꿈을 꾸는 일이 없다.” 하였다. 그렇다면 인생은 온통 꿈인 것이다.
옛날 내가 금강산을 유람한 것은 꿈속의 꿈이었던가. 죽루(竹樓)의 소재가 명년에는 어디에 있을지 모를 것이니, “타향을 되돌아보니 바로 고향이구나.”라는 것이리라. 내가 작년에 본 것은 오늘 보는 것이 아니고, 오늘 잠깐 기거하는 것은 또 명년에 기거하는 것이 아닐 터인데, 어찌 꼭 단풍잎을 보고 전일의 유람을 느낄 필요가 있으랴.
그러니 생각도 없고 인연도 없고 유람도 없고 꿈도 없이 일월과 함께 흐르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인데, 어찌 지인(至人)을 택하고 어찌 옛날 알던 곳을 순행하랴. 공자께서,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逝者如斯]” 하셨으니, 나는 이에 느낌이 있도다.
○ 금강탄(金剛嘆)은 다음과 같다.
임하려(林下廬)에 태호석(太湖石) 한 개가 있는데, 길이가 겨우 1장(丈)이어서 그 구멍에 주발 하나를 넣지 못한다.
하루는 이 돌을 작은 못으로 옮겨다 놓았더니 산까치와 종달새의 종류들이 그 위에 모여서 깃을 터는 모습을 짓기도 하고 목욕을 하는 모양을 짓기도 하는가 하면, 깡충깡충 뛰면서 왔다갔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손님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지금 새들이 저 돌 위에 모인 것을 보는가. 돌은 손으로 들면 갖다 놓을 수 있는 것인데 새들이 찾아오는 것은 마치 화전적지(華巓赤池)를 오른 듯이 하니, 그 소견이 천단(淺短)하기 그지없다. 사람이 금강산에 들어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비로봉(毗盧峯)에서 바람 쐬고 팔담(八潭)에서 물 마시게 되는데, 비로봉과 팔담은 곤륜산(崑崙山)과 황하(黃河)에 비하면 바로 하나의 자갈 무더기와 한 잔의 물에 불과한 것이고, 위로 월굴은파(月窟銀派)를 거슬러 올라가면 또한 주먹만 한 돌과 오목한 웅덩이만도 못한 것이니, 아까 내가 산까치와 종달새를 슬퍼한 것은 실로 내 스스로를 슬퍼한 것이다.
그렇다면 담무갈(曇無竭)이 어찌 수미보탑 삼천대계(須彌寶塔三千大界)를 놓아두고서, 영랑(永郞)의 네 신선이 어찌 적성낭원 삼륙화운(赤城閬苑三六化運)을 버리고서 먼지를 헤치며 벅적거리고 복잡한 속을 왕래하였으랴. 만일 승려의 말대로라면, 선불가(仙佛家)에서 삼신산(三神山)을 도주(陶鑄)하여 사람을 마치 개미나 팥알처럼 시시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승려들이 명산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산이 대부분 선불에 소속되어 있는데, 나는 선불의 말을 황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였다.
[주D-001]월송정 시 : 《간이집》에는 시 제목이 ‘월송정(月松亭)’으로 되어 있다.
[주D-002]삼성(參成) : 약초(藥草)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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